Archive for March,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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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rch 23rd,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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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Friday, March 21st, 2008

버스를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아이팟에서 Imogen Heap의 Goodnight and Go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나는 반대편의 정류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모자를 매만지며 잠시 눈을 찡그리는데, 문득 당신과의 하루가 생각났다. 당신은 내게 윙크를 하도록 시켜놓고는 그런 나를 보면서 참 천진난만하게도 웃었다. 나는 당신을 보면서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어색해서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그런 내가 더욱 우스웠는지 더욱 즐겁게 웃었다. 몇 번이고 내게 윙크를 하도록 시키던 당신이 생각나서 나는 순간 숨이 막혀왔다.

순간 숨이 막혀왔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코끝이 아려왔다. 눈물이 날 것 같은데 나지 않았다. 목이 메여와 슬픔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숨을 삼켰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이 날이 생각날꺼라고 생각했다.

버스는 오지 않고, 나는 계속해서 당신을 기다렸다. 추위가 스며들어와 스웨터를 여미다 문득, 당신과 데이트를 했던 날에, 그 눈오던 날에 이 옷을 입고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나는 그 늦은 밤 당신과 걷고 있었다. KFC의 2층에서 당신을 기다리며 간단하게 뭔가 먹고 있었고, 밖에 나와 당신을 만났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우리는 다시 그 KFC의 2층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얘기를 했었다. 나는 당신을 집에 데려다주며 두터운 내 외투를 벗어주었다. 당신은 한사코 거절했지만, 나는 기어코 당신에게 내 두터운 옷을 입혀줬다. 그리고 이 스웨터만 입은 채 하나도 춥지 않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당신은 옷을 돌려주는 대신 내 팔을 감싸안아주었다. 난 정말로 하나도 춥지 않았다. 당신이 안아준 그 팔이 너무 따뜻해서 눈이 그쳐버릴까봐 걱정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다시 눈이 내리던 날, 나는 당신에게 전화를 했었다. 난 지망한 대학에 떨어져서 그 반작용으로 지나치게 신나있었다. 당신과의 약속은 언급하지 않은 채, 나는 전화를 걸어 엄청 즐거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고, 나는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었다. 당신은 내가 마치 강아지같다며 웃었다.

당신과 약속했었다. 내가 하버드에 가고, 당신이 그 졸업식때 내 옆에 있어주겠다고.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났는데, LA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나는 다시 하버드에 편입하기 위해 원서를 작성했지만, 하버드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연락이 왔다. 올해부터 편입생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되었다고, 불편을 초래해 죄송하다며 원서비는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당신이 이제 내 곁에 없지만, 그런 것과 무관하게 나는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많이 우울했다.

보고싶다

보고싶어

당신이 웃는 모습이 보고싶다

그 순수한 웃음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상이 아무리 더러워져도

당신만은 어른이 되지 말아줘

어른이 되더라도

그 웃음은 잃지 말아줘

사진 작가, 비서, 고양이

Friday, March 21st, 2008

Cafeteria, UCLA.

#1. 사진 작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사진만 찍어주는거다. 내가 찍자니 내가 나를 찍을 수 없어서 항상 내 사진에는 어딘가 비어있다. 나랑 비슷한 느낌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이 나를 계속 찍어준다면, 싶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2. 비서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 저것 생각을 해 두어도 쉽게 잊어버리곤 하는 이런 무능력한 자신을 보완할 필요도 있거니와, 내가 귀찮아하는 단순한 - 그렇지만 매우 중요한 - 서류 작업들을 대신 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역시 쓸데없는 생각이다.

#3.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지쳐서 집에 돌아오면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와 내 다리에 얼굴을 비벼줄 녀석이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고양이들은 나랑 성격이 맞지 않아서, 와서 인사만 하고는 곧장 사라져버린다. 내가 안아줄라치면 먀옹거리며 쏙 빠져나가기 일쑤다. 그러고보면 나는 고양이랑 맞지 않는 성격일런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토끼같은 놈들은 너무 무관심해서 싫고, 강아지는 너무 충직하다. 그래서일까, 고양이를 좋아한다. 물론 강아지랑 있는 편이 즐겁지만, 그런데도 고양이를 싫어할 수 없는 것이다.

#4. 사실은 그냥 전부 귀찮다. 나도 남들처럼 편하게 살고 싶다. 근데 그렇게 하면 안될것같다. 나는 수많은 맹세를 해 놓고 그걸 등질 수 없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인것이다. 덕분에 힘들게 살고 있다. 정말로.

중간점검

Thursday, March 20th, 2008

#1.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내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건데, 반대로 그런 만큼 나쁜 말도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무에게도 미움받지 않을 수는 없는거지만, 그리고 사실 누군가는 나를 매우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임에도, 괜시리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2. 4월 1일까지만, 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다. 사실 지금의 생활은 내게는 매우 무리여서, 중간에 학교를 미친듯이 빠진다던지 하는 게 없으면 현상유지가 되지 않는다. 4월 1일까지만 버텨줘, 라고 되뇌이고 있다. 주말이라고 해서 편하게 잘 수 없는데 편하게 자야한다. 제발 내일은 걱정없이 좀 잤으면 좋겠다. 쉬는시간, 이라고 가슴에 푯말을 걸고 안경을 벗어놓듯이 내 뇌를 살짝 꺼내서 침대맡에 놓고 텅 빈채로 좀 푹 잤으면 좋겠다. 나란 녀석은 대범한 척 하지만 사실은 너무나 소심해서 그게 안 되는 모양이다.

#3. 당신이 없으니까 내가 꼴이 말이 아니다. 나는 아마 분명 벌받을꺼라고 생각한다. 나는 참 많은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죄를 지으며 살고 있다. 종교라던지 도덕이라던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는 당신과, 그리고 그 당신의 나에게 참 많은 죄를 지으며 살고 있다. 나는 분명 벌받을것이다. 그냥 내가 다 받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안받고 내가 다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이런 이야기를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그런 당신만큼은 내가 받고 있는 이런 벌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4. 오늘 스페인어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계단을 걸어올라가며 생각했다. 세상에 사랑도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없다고 실망할 건 없다. 만들면 되는 거니까. 당신 손으로 만들어 낸 사랑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질질 짜는 연애 소설과 그럴싸한 영화에서 사랑을 찾지 말아라. 당신이 감히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당신 손으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법이다. 왜냐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믿고 있다는 그 믿음 자체뿐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이 세상의 존재를 믿기 전까지는. 당신 자신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기 전까지는. 마찬가지다. 사랑같은게 없는 세상에서 사랑을 찾지 말아라. 당신 심장이 그 사랑을 증명해낼 때까지는.

#5. 4월에는 뉴욕에 간다. 다 귀찮아졌다. 가서 뭐하냐.

#6. 여름에는 한국에 간다. 그래봤자 일만 할 것 같다. 인류학 수업을 듣는것도 관둬버렸고.

#7. 희망을 가져볼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나는 비겁한 겁쟁이로 남아야했다.

3월 9일

Sunday, March 9th, 2008

#1. 점심을 하도 거나하게 먹어서 배가 부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들른 서브웨이에서 6인치 샌드위치를 사려다가 내일 아침까지 먹을 요량으로 12인치 샌드위치를 사왔다. 근데 먹다보니 그냥 다 먹었다. 배부르게 다 먹은것도 아니고 그냥 다 먹었다. 뭐지 이 식성만 왕성한 바보는…

#2. 졸립다. 영어 에세이를 3일째 미루고 미루어서 당장 해야한다. 전체 5장중에 지난주에 수업 시작 전에 부랴부랴 써서 낸 2장 그대로이다. 뭐지 이 게으름만 왕성한 바보는…

#3. 뭘 했는지 모르게 시간이 갔고, 계획이 전부 엉망이 되었다. 오늘 집에 가는 줄 알고 옷을 덜 가져와서 당장 내일 갈아입을 옷이 없어 집에 다녀와야하는데 그럴꺼같으면 집에 가서 그냥 자겠다.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뭐지 이 멍청함만 왕성한 바보는…

#4. 일본어 시험에서 어이없는걸 틀렸다. 내가 평소에 말하는 대로 쓰려다가, 아니 뭐야 이건 너무 구어체스러운데? 라면서 고친 답안때문에 담당자가 시험지를 보더니 뭐야 이러면 곤란한데, 라는 말을 했다. 근데 담당자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눌때는 너무 우습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맞는 답안을 말했다. 그래서 담당자가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수요일에 일본어 교수와 면접을 보기로 했다.

#5. 수동카메라는 즐겁다. 저렴한 가격에 떨이로 구매해버린 Pentax ME Super와 Pentax K 렌즈들로 다양한 화각에 도전해봤다. 28mm F2.8, 50mm F1.4, 135mm F3.5, 70-200mm F4.5의 렌즈들로 - 렌즈에 상흔이 많은 마미야 렌즈는 일단 쓰지 않고 있다 - 찍어봤는데, 사실 피사체와의 거리 말고는 50mm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물론 화각의 차이때문에 분명 다른 사진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과 셔터를 누르는 손의 동기화라는 메커니즘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렌즈가 많다고 해서 사진이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나는 $265달러를 들여서 깨달았다. 하지만 수동 초점과 기계식 카메라 작동은 매우 즐겁다. 하지만 덕분에 연습으로 찍어본 첫 필름 한 롤을 날렸다. 그리고 사실 그 뒤로 찍은 두 롤도 멀쩡히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6. 제목을 적고 나서야, 뭐야, 3월 9일이야? 라고 생각했다. 방금 전까지 친구와 Hey it is March 9th already 라며 놀라워할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3월 9일이라고 적는 순간 レミオロメン의 3月9日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영어보다는 일본어와 언어의 감각이 더 비슷한 모양이다. 아니, 당연한 걸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는 이 바보는 뭐지…